여기 가본지가 벌써 5년이 넘었네
2011년도 9월 가을에 혼자서
용인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를 갔다.
부산에서 용인으로.
아무 연고도 없이 동생 학교가 그 쪽에 있기에.
나는 부산에서 자취, 동생은 용인에서 자취 하며
2중으로 돈이 드는 것을 좀 아껴볼까 하여
아무런 연고도 없이 무작정 올라간 나는
그래, 솔직히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어중간한 직장을 다니며 미래도 없이
객지에서 돈도 안모이고
부산에 있던 친구들도 못 만나며
그나마 가끔씩 SNS로 사귄 친구들과
술 한잔씩은 하지만 깊은 속내 털어놓을 사람 한 명 없던 때라
하루 종일 외로움을 느끼며 살았다.
버렸던 꿈들을 되새김질 하며
억지로 생존을 위해서만 일하며 지내는 시간들은
김보통님 말처럼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그 때로 돌아가면 나한테 말해주고 싶다.
아직 늦지 않았던 때라고
지금이라도 시작하라고
용인은 생각보다 엄청 넓었다.
내가 사는 곳은 죽전이었는데
죽전이 정확히 용인 어디쯤인지도 잘 모르고 살아왔던 것 같다.
이 때 무작정 백남준 아트센터를 찾아가면서
그나마 용인지리를 어느정도나마 알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무슨 논밭들 한중간에 있는 정류장에 내렸다가
한참 기다려서 버스 환승을 하고
헷갈려서 한참 걷고 하면서 결국 도착한 백남준 아트센터는
지금 다시 찾아가면 아마 금방 갈 수 있겠지만
그 땐 출발에서 도착까지 1시간 반 넘게 걸린것 같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라고 불리며
우리 대부분은 백남준 하면 비디오아트! 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음악 전시 비디오 행위예술 등
예술 그 자체를 표현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사실 백남준의 아버지는 친일파로써 일본에 비행기를 헌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백남준의 스탠스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덕분에 어린 시절은 꽤 유명한 사람들에게 교육을 받고
독일에 유학을 가게 된다
잔잔하고도 무겁게 나를 누르는 분위기가 있었다
어쩌면 혼자 왔기에 아주 천천히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었다.
다음에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아직 20대였던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을지도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백남준이 사용했던 도구들과 책상
2층은 기획전을 하고 있었는데
손이나 몸의 위치에 따라서 음악이 나온다거나
화면이 바뀐다거나 하는 후배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 되어있었다
이 예술품 만져보고 싶었는데
앞에 사람이 있어야 작동 되는거였다.
혼자라는게 갑자기 서러워지던 순간
생각해보면 그 전시장에 혼자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암튼 그래서 다른 커플들과 가족들이 오기까지 기다려서
시연하는걸 쳐다봤다
이건 혼자 할 수 있는거라 혼자 해 봄 ㅋ
정말 이상한게
혼자서 아트센터를 찾아갔던 기억
관람했던 기억
기념품을 구경했던 기억
그런 것들은 다 기억나는데
돌아오는 길이 기억나지 않는다
관람을 끝내고 아트센터를 나온 이후부터 집에 들어올 때까지
어떻게 왔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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